[전업농신문=편집부] 공익직불제 개편으로 주목을 끌었던 쌀값 안정장치인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이 확정됐다. 박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쌀 자동시장격리제’의 근거가 되는 이 법률안은 공익직불제 도입 및 쌀 변동직불제 폐지에 따른 쌀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했다고 이 의원 측은 밝혔다.

이 법률안의 골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으로 하여금 양곡의 가격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양곡수급안정대책을 수립·시행하되, 쌀의 경우 기획재정부장관 및 생산자단체 등과의 협의를 거쳐 원칙적으로 늦어도 매년 10월 15일까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공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쌀을 매입하는 경우, 그 물량은 당해 연도 생산되는 쌀에 대한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이 지속되지 않도록 필요시 농업인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농업인에게 벼 재배면적을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보다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쌀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급과잉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함으로써 쌀의 시장가격을 안정적으로 견인하는 계기는 마련했다. 아울러 공익형직불제가 중소농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안으로 도입하는 쌀 수급안정 장치라는 점에서 대농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쌀 매입비용과 보관 등 관리비용 등의 예산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2009~2018년) 정부양곡(정부매입+농협수매)을 연평균 55만톤을 매입했으며 소요되는 비용은 851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부양곡관리비용은 연평균 1860억원을 집행했으며, 매입가격과 판매가격 차이에 따른 결손금액도 연평균 925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2020년 농업예산은 공익직불제 예산 2조4000억원을 포함해 15조7743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7.6% 증액됐다. 올해의 국가 전체 예산은 슈퍼예산으로 편성돼 512조3000억 원이나, 전체예산 중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하다. 이같은 예산으로 당장 올 가을 수확기에 수요량을 초과할 경우 쌀 자동시장격리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농업인단체와 협의를 거친다고 했지만, 쌀 재배면적 조정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이미 농업인들의 경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고령화 된 농촌 현실에서 기계화된 쌀 이외의 타작목 전환이나 휴경 등의 의무화가 가능할지 역시 의구심이 든다. 외국쌀 수입 등 매년 큰 변화를 보이는 국내외 쌀 수급관련 여건과 동향을 감안할 때 적정 쌀 생산량을 어떻게 결정할지도 난제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50만톤을 격리하면서 시작된 시장 격리는 2017년까지 수확기에 8차례 행해졌고 수확기 이후에도 추가로 3차례 시장격리를 했다. 그러나 시장격리 매입 발표일이 늦는 등 적절한 시기를 놓쳐 효과가 떨어졌다. 앞으로 추진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쌀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을 체계화하고 수급 불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쌀은 소비량이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민족의 주식이고, 농가의 절반 이상이 짓고 있는 농촌의 주 소득원이다. 그래서 쌀값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쌀 자동시장격리제가 제대로 추진돼 변동직불제 폐지에 따른 쌀 농가의 불안을 해소하는 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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