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지난 9월 17일 국내에서 첫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0월 9일 경기도 연천을 마지막으로 잠잠해지고 있다. 방역당국과 양돈농가들의 차단방역과 수매, 예방적 살처분 등 각고의 노력 덕분이다. 그런데 돼지고기 소비 위축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ASF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양돈농가들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당초 ASF에 따른 살처분 및 수매‧도태 등의 영향으로 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 예상했던 돼지고기 값은 한달 사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월 30일 기준 돼지고기 도매가격 2857원으로 한달 전 4791원보다 40.4%나 하락했고, 전년 동기보다 27% 내렸다. 이는 생산비인 kg당 4200원(농협 추정)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양돈농가들은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값이 크게 떨어진 것은 최근 돼지 일시이동 중지 해제 등의 영향으로 출하 물량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비 감소에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농업관측본부가 지난달 17일 소비자 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9명(45.4%)이 "돼지고기 소비를 지난해 10월보다 줄였다”고 답한 반면, “돼지고기 소비를 늘렸다”는 응답은 26명(4.9%)에 불과했다. 소비에 “별 변화가 없다”는 응답자는 1명으로 49.6%로 조사됐다.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 원인으로 154명(70.3%)은 “돼지고기 안전성이 의심돼서”라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문제는 앞으로의 돼지고기 값 전망도 어둡다는데 있다. 농경연은 지난달 28일 축산관측을 통해 11월 평균 돼지 도매가격이 3400~3600원으로 지난해 동월 3675원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11월 출하물량과 수입량이 줄지만 소비 감소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SF는 인체에 무해하며 우리 돼지고기는 안전하고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소비를 꺼려하면서 돼지고기 값이 크게 떨어져 한돈산업이 존폐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과학자와 의사 등 전문가들은 국산 돼지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입을 모은다. ASF는 돼지에게만 감염되며,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람이 ASF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도 ASF는 사람 건강에 위해가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발생농장 돼지를 포함한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했고, 경기 북부지역 발생지역 내에서 사육하는 모든 돼지를 수매 처분하는 조치까지 시행했다. ASF에 감염된 돼지가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때마침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이 정부와 농협, 유통업계 등과 힘을 합쳐 11월 한달간 대대적인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이달 13일까지 삼겹살, 목심 등 주요부위를 100g당 990원 이하에 판매하는 파격 할인행사를 여는 것을 비롯 대한영양사협회, 소비자단체 등과 연계한 한돈 안전성 및 소비촉진 홍보 캠페인도 진행한다.

이같은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에 감염되지 않는 ASF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는 막연한 돼지고기 오해를 접고 그동안 ‘단백질 식량’을 공급해 온 한돈산업 유지를 위해 국민들의 현명한 소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식량을 지킨다는 차원에서라도 국민 대표 먹을거리인 돼지고기를 신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ASF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돈 농가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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