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곧 사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이유로 9개월 만에 사퇴한데 이어, 이 장관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농식품부 장관 임기는 1년 미만에 불과하게 됐다. 과연 1년 미만의 임기동안 농정이 제대로 추진됐는지 지극히 의문이며, 문재인 정부의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 정도인가 라는 농업계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어떻든 이 장관의 사퇴설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전직 관료출신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2개 농민단체들은 지난 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인 장관이 떠나는 자리에 적폐관료가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차기 농식품부 장관은 현장과 소통하면서 산적한 농정현안을 농민중심으로 풀어낼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국민 모두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농정 공약에 대해 농업계는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3년째를 맞는 지금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농정 공약 1호라는 대통령직속의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여가 흐른 뒤 지각 출범했고, 농어업, 농어촌, 농수산식품 등 3개 분과별 위원 60명 위촉을 마무리한데 이어 첫 회의를 했을 뿐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당연히 농특위에서 논의해야 할 공익형직불제 추진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내년 시행 목표인 공익형직불제의 골자는 그동안 쌀에 집중됐던 지원을 다른 작물로 확대하고, 중소농을 배려하면서 농업의 가치를 확대하는 것으로, 농업계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지연되고, 관련 예산 추가확보도 어려워 내년 추진이 극히 불투명하다.

뿐만 아니다. 현 정부의 농업 관련 예산 편성은 농업 홀대를 넘어 아예 농업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국가 전체예산이 약 10% 늘어났음에도 농업예산은 1% 증가에 그친데 이어, 내년 국가 예산은 올해보다 6.2% 늘려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면서 농업예산은 오히려 4%나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시장격리와 소비촉진대책에도 불구하고 양파와 마늘값 내림세 행진이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름휴가 소비 성수기를 맞아 올라야 할 돼지고기 값도 급락하면서 현장 농축산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문재인 정부 초대 농식품부장관이 9개월여만의 사퇴로 인한 장기간의 농정공백 상태와 이어진 현 장관이 내년 총선출마를 위한 사퇴 움직임 등으로 농정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바로 농업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농정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농식품부 장관을 임명하는 일이다.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차기 농식품부 장관의 조건은 농업‧농촌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농정 전문가이면서, 산적한 농정현안을 농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할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검증과정에서 흠집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